스타북스는 성철 스님의 열반 30주년을 기리며 ‘무소유’의 양장본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성철 스님의 열반 30주년을 기리며 두 분 스님의 삶에 녹아있는 무소유의 정신과 철학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의 ‘무소유’ 출간 30만 부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무소유 향기’를 합본으로 새로 편집해 고급 양장본으로 펴냈다.
표지 사진을 찍은 장남원 작가는 드라마 ‘우영우’에 나오는 고래의 사진작가로 화제를 모아 익숙한 작가다. 장남원 작가가 3000배를 하고 성철 스님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스님과 중생들과의 사이에 다리가 되겠다고 온 법정 스님을 만났다. 작가는 두 스님의 사진을 먼저 찍고나서 성철 스님의 사진을 찍었다며, 두 사람의 함께 나온 사진이 성철 스님의 첫 사진이라 밝혔다. 작가가 당시 성철 스님의 사진을 독점적으로 찍게 된 에피소드는 책의 본문 마지막 에필로그에 소개됐다.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은 무소유의 화두를 던지시고, 실제 그러한 삶을 살면서 불교계를 떠나 모든 이들에게 끊임없는 가르침을 줬다. 독자는 두 사람의 삶의 철학인 무소유의 삶을 좇아 정신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맑고 향기로운 인생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움켜쥔 것을 놓으면 오히려 행복과 부와 기쁨이 배가 된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며,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비움은 어쩌면 삶의 틈새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공고한 삶의 형태를 지탱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한구석 빈틈없이 꽉 막혀 채우기만 한다면 그 삶의 형태는 지속적이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삶의 틈새로부터 얻고 비우며 정화된다. 가을이 돼 맛있게 익은 감나무의 감 몇 개를 까치 몫으로 남겨 두던 우리 옛 선조들의 마음도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삶의 여유였을 것이다.
삶에서 진하게 우러나온 지혜와 무소유. 스타북스는 두 스님의 진리가 담긴 이 책이 이 혼탁한 세상을 비집고 빠져나갈 수 있는 틈새이자 지름길이 되길 바란다. 또 오늘의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향기로 두 스님이 오랫동안 곁에 남아있길 진심으로 바라며, 아름다운 말씀들을 친절하고 간결한 문체의 잔향(殘香)을 담아 독자들에게 전한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말라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것은 걱정덩어리만 되고 불행의 씨앗”이라고 말했다.
우리 곁을 떠난 법정 스님은 한평생 자신에게 엄격하고 검소하게 살기를 원했고, 비우고 버림으로써 소유와 관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했던 유언장도 공개됐다.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습니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롭게 재단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또 상좌에게 ‘인연이 있어 신뢰와 믿음으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한다. 괴팍한 나의 성품으로 남긴 상처들은 마지막 여행길에 모두 거두어 가려 하니 무심한 강물에 흘려보내 주면 고맙겠다. 내가 떠나는 경우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茶毘)하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를 남겼다.
- 법정 스님 유언장
법정 스님은 유언에서도 우리에게 무소유의 가르침을 준다. 스님이 젊었을 때는 유신 치하였는데 민주수호국민협의회와 함께 유신철폐 개헌서명운동에 참여했다가 어느 날 송광사 불일암으로 내려가 수도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스님은 훗날 송광사 불일암으로 들어간 이유를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박해를 받다 보니 증오심이 생겨요. 순수한 마음에서 이탈하는 게 괴롭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산으로 들어갔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법정 스님은 마음까지도 불순한 것이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셨던 맑고 향기로운 스님이었다.
스님은 진리를 구하는 방식 그대로 생전에 종교를 초월해 많은 분과 교우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성철 스님이 종정이 되셨을 때도 맨 먼저 찾아가 종정 스님과 중생들과의 다리가 돼주겠다고 한 분이다. 이해인 수녀님은 세상을 떠나신 법정 스님의 영면을 기원하면서 이렇게 추모의 글을 썼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신 스님의 설법과 글들로
수많은 중생이 위로받으며
기쁨과 평화를 누리고 행복해 하였습니다.
법정 스님! 스님을 못 잊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가슴속에
자비의 하얀 연꽃으로 피어나시고
부처님의 미소를 닮은 둥근달로 떠오르십시오.”
- 이해인 수녀의 법정 스님 추모 글
우리는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몇몇 성인들이 알려주고 간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석가, 예수, 마호메트. 이들은 종교는 달랐지만 하나같이 진정한 삶은 물질적 이득에 있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두 분 스님은 무소유의 삶을 온몸으로 실천하신 스승이다.
성철 스님은 우리 곁에서 성인처럼 살다 가시면서 평생을 고무신과 수백 번 꿰맨 두루마기 한 벌로 살면서 일체의 물욕을 부정하고 참선 수행을 했다.
성철 스님은 불교에 속하면서도 불교의 교리만 고집하지 않고 오히려 타 종교와의 대화에도 힘쓰시면서 자기만 옳다는 독선과 아집을 부정했다. 또한 스님은 현대의 물질 중심주의를 질타했다. 참된 삶은 오히려 가난을 벗 삼는 정신에 있는 것이지 맛나고 빛난 옷을 입으며 으리으리한 저택에 사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성철 스님이 남긴 수많은 말씀이 더욱 빛나는 것은 성철 스님 자신이 몸소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자기 자신을 위해 절을 하지 말고 남을 위해 3000배를 하라고 했다.
스님은 가난을 평생의 벗으로 삼아 권력과 재물을 탐하지 않으셨고 자신을 찾지 말라고도 했다. 그래서 대통령과 재벌 회장이 찾아와도 만나지 않으며 꼭 만나려거든 3000배를 하라고 했다. 장영자·이철희가 한 번만 만나주면 한국 불사를 책임지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다. 어찌 보면 성철 스님은 사람들하고는 별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았을 것 같은데도 스님이 입적하시던 날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성철 스님에 대한 사랑과 지극한 존경심을 보였다. 평생을 무소유로 일관한 스님의 정신에 모든 사람들이 진심으로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무소유의 화두를 던지고 몸소 실천하신 두 분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부디 이 한 권의 책으로 두 분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널리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여기, 고무신 한 켤레와 두루마기 한 벌이 놓여 있다.
이제 우리 차례다.
‘무소유의 삶’ 말이다.
-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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