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해외사업,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김용욱 골프존 글로벌사업부 글로벌영업팀 차장(2편)

신동훈 기자 승인 2019.03.24 00:00 | 최종 수정 2022.03.29 00:45 의견 0

(1편에서 이어짐)

골프존에서 일하신 지 거의 1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즐거웠던, 힘들었던 혹은 변화나 성장의 계기가 되었던 일들이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이전 회사는 어느 정도 해외사업이 셋팅된 상태에서 채널 구축과 관리를 고도화시키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입사하던 당시 골프존은 해외사업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채널 발굴부터 시작했습니다.

중국 본토에 총판이 있는 상태여서 홍콩 사업을 담당하게 됐는데요, 홍콩 내 스포츠클럽, 고급 아파트커뮤니티, 골프장, 골프연습장 등 타겟이 될 만한 곳들을 대상으로 제안 작업들을 수행해 나갔습니다. 시장조사나 컨택, 자료 수집에선 코트라(KOTRA)의 도움을 받기도 했죠. 법인 설립 준비를 거쳐, 설립 이후엔 사업 안정화를 담당했습니다.

골프존이 홍콩에 아무런 기반이나 인지도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맨땅에 헤딩’을 좀 했습니다. 수없이 발품을 판 덕분에, 홍콩에 온 관광객들은 절대가지 않을 만한 구석구석까지 속속들이 알게 됐습니다. 홍콩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웃음)

시장 진출에 앞서 진행했던 조사나 자료수집 과정에선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스크린골프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이다보니, 마땅한 벤치마킹 대상들이 없었던 거죠.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 업무들을 진행했습니다만, 지금 생각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미국과 일본 시장 진출 과정에서 경험했던 일들도 좋은 교훈이 됐습니다.

매년 1월 미국 플로리다 올란도에서 열리는 ‘PGA쇼’는 골프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전시회입니다. 골프존은 2015년 처음 참가했는데,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잘 준비된 전시회 하나가 어떻게 해외 사업의 물꼬를 트는 지를 지켜볼 수 있었죠.

골프존 일본법인(Golfzon Japan)은 지난해 좋은 성과를 거뒀는데요, 그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형 파트너사를 통해 일본 각 지역에 여러 개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내고, 이를 통해 골프존 시뮬레이터 등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판매망을 확보한 데 힘입은 것이었습니다. 파트너사와 관계를 구축하고, 신뢰를 쌓고, 품질관리·후속지원·특화서비스(Customization) 등을 통해 신뢰관계를 두텁게 하는 등 파트너십 구축에 긴 시간 공을 들이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큰 결실로 이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골프존에 10년 가까이 다니는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가정친화적인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9살, 6살 애기 둘이 있는데 골프존으로 이직한 직후 큰 애를 낳았어요. 육아와 업무를 병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다행히 회사에서 육아 관련 지원을 받아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해외사업 담당자로서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갖고 있으신가요? 또, 해외사업 분야에 취업 혹은 이직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해야 할 점이나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해 알려주세요.

"해외사업 담당자로서 크게 두 가지 비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해외지사를 설립해 해당 국가의 사업을 책임지고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본사에서 해외사업 전반의 전략을 기획, 수립하고 실행하는 해외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것입니다.

해외사업 분야에서 일하려는 분들은 대개 다른 나라의 문화, 기업문화, 경제환경, 시장특성 등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편이에요. 여행이든 출장이든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며 보고 듣는 것도 좋아하구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만날 때보다 업무적으로 만날 때, 더 밀도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해외사업 담당자를 꿈꾼다면 관심을 가진 지역의 어학 실력을 쌓는 것은 기본이겠고, 거기에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ㅈ갖는 것도 필요하겠죠? 특히,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해외사업을 하다보면 각종 협상을 하게 마련인데요, 협상전략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요? "쓸데없는 걸 얻느라 낭비하지 말라, 상대방이 원하는 작은 것을 주고 내가 원하는 큰 것을 얻으라"와 같은.

상대방의 의중을 잘 헤아려 핵심적인 것에 집중하라는 얘기인데, 이를 위해선 '사람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말이나 태도만 보지 말고, 상대방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지와 같이 맥락을 파악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해외사업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응원의 한 말씀 들려주세요.

"해외사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어느 정도 성향이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외향적이고, 여행 좋아하고, 호기심 많고요.

여기에 더해, 회사를 선택하실 때는 인지도나 규모 뿐만 아니라,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취급하는지, 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자신이 잘 알고 있는지, 해외 특히 자신의 관심 국가에서 그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가능성이나 사업성은 어떨지 등에 대해 면밀히 파악해보고 지원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입사하면, 더 만족하며 일할 수 있을겁니다."

본인을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체 게바라의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해외시장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제 자신을 표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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