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게임과 IT기술이 만들어내는 기세에 반했죠"

- 김만호 엔에스스튜디오 이사

신동훈 기자 승인 2019.04.29 00:00 | 최종 수정 2022.03.29 00:43 의견 1

머스트뉴스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 이야기를 듣고 취업, 이직, 창업 등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독자들께 유익한 정보와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인터뷰엔 김만호 엔에스스튜디오 이사를 모셨습니다. 김만호 이사는 네오위즈, 액토즈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회사에서 해외사업 담당자로 15년째 일하고 있는 전문가입니다. 최근 국내 주요 게임회사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70%를 넘는 경우가 많아 "게임회사들은 이제 글로벌 컴퍼니"란 말도 나오고 있는데요, 김만호 이사는 그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의 게임산업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김만호 이사의 인터뷰는 두 편에 나눠 담습니다. <편집자주>

반갑습니다. 해외사업 챙기시느라 요즘 많이 바쁘시죠? 경력을 살펴보니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셨던데...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학문성취 등의 욕심이라든가, 혹은 다른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결정적인 계기라든가, 치밀하고 치열한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란 대답을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부끄럽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웃음)

우연찮게도 유학 가기전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는데, 미국이 이 분야에선 -지금도 그렇지만- 학문적으로나 사업적 성취도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점도 있었고, 사회·문화적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여서, 막연하게나마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유학 생활은 어떠셨나요? 유학기간을 보니 IMF 시기와 맞물리던데...만만치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초반에는 좌충우돌과 생존, 중반에는 시건방(!), 후반에는 고민과 방황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기적으로는 IMF 전에 미국으로 건너 갔습니다. 원래부터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에서 유학을 떠난 것은 아니었기에, 유학생활 자체는 재정적으로는 생존 자체가 제일의 이슈였어요. 생존을 위해서 캠퍼스 안팎을 가리지않고 알바 등을 하면서 생활하는 말그대로 '좌충우돌'의 생존기였습니다.

그때가 전쟁 같은 하루하루였을텐데 그때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이, 그냥 주어진 상황 그대로 별 생각없이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음...어떻게 보면 학비는 고사하고 생활비조차 마련하지 않고 유학을 떠난 것이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꽤나 용감했었구나"란 생각도 드네요. '젊음의 패기'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잘 되겠지"하는 긍정적인 생각만을 했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오히려 IMF 덕을 좀 보기도 했습니다. IMF 이후, 미국 정부가 IMF 위기를 맞은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에겐 노동 규제를 완화해 줬거든요. 그 덕분에 운 좋게도 미국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1년 간의 창업기간을 포함해 약 7년 간 미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하셨더군요. 어떤 경험들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서 회사를 다니며, 다른 나라의 생활 문화와 조직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정규직으로 처음 일했던 곳은 일반 회사가 아닌 미국 연방 법원, 즉 연방 공무를 관장하는 관청이었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미국 공무원들은 어떤 생각과 어떤 관점으로 공무를 처리하고 관리를 하는 지를 체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후에는 일반 회사를 다니며, 이른바 '미국 회사'들이 지향하는 극단적인 경영효율 측면의 리소스 및 성과 관리, 그리고 직원 관리 등을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의 경험은, 음...'프랑스 특유의 다름'이라기 보다는, 프랑스로 대표되는 유럽회사와 미국회사 사이의 차이점을 알 수 있었던 기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회사들이 -앞서 말씀드렸듯이- 극단적인 효율, 성과 및 조직 관리를 중요시하는 반면, 유럽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관리 측면에서 느슨하고 비효율적인 보이는 점들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점들이 무조건 유럽 회사의 단점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에요. 인력 관리에선 "사람을 챙긴다"는 인간적인 면도 느껴졌는데, 이런 점은 오히려 '지속성' 측면에서 미국 회사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군요.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국내 회사에서 일해보시니 어땠나요? 미국이나 프랑스 회사들과 다른 점들이 좀 있던가요?

"제가 미국에서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잖아요? 그래서 한국에서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흥분도 되고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 특히 회식 문화에 대해서요. (웃음) 그런데 막상 실제로 회식을 해보니 기대했던 것보단 그냥 그렇더라고요.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었을까요?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한국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직'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조직원 간의 밸런스보다는 조직 자체에 비중을 크게 두는데, 이로 인한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조직을 우선시함으로써 생기는 끈끈하고 일사불란함, 목표 지향적이며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부분에선 엄청난 속도감과 효율성을 보이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이런 장점은 조직원의 희생, 다양성의 희생 등으로 뒷받침되기 때문에, 조직의 탄력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지속성이나 창의적인 해법에서도 아쉬운 점이 느껴지고요. "

해외 회사들에서 시스템 분석가 등 IT전문가로 일하시다가, 한국으로 돌아오셔서는 게임회사에 입사하셨습니다. 게임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공동창업 하셨던 Fun Dynamics가 온라인게임 패키지 대여 사업을 하는 회사였던데, 원래 게임에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기도 하고요)

"대학 시절, 그리고 미국 유학 시절 동안에는 게임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취미로, 남는 시간에 하는 '킬링타임'용이라고 생각했죠. 소수의 사용자들 손에 익은 기호 제품 정도랄까요.

그런데, IT전문가로 일하는 동안 최신 IT기술(특히 인터넷)이 게임 분야에 접목되며 일어나는 변화들을 지켜보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시장이 만들어지고 확대되고, 상업적으로 성공의 문을 열었던 온라임게임들이 등장하는 모습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어떻게 보면, 저같은 경우엔. 게임 자체보다는 '게임 사업'에 더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게임에 접목된 세련된 기술이나 게임 자체가 주는 재미보다는, 게임이 IT기술을 만나 만들어 내는 엄청난 기세의 사업 성과나 시장의 형성 등에 더 관심이 많았으니까요. 공동 창업했던 회사 'Fun Dynamics'도 게임 사업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시도해 봤던 사업이었습니다." (2편에 계속)

[머스트뉴스 신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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