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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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8 00:00 | 최종 수정 2138.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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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필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주>
최근 들어 한국 기관들의 해외투자가 매우 활발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해외 대체투자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모두 실제 실물자산 투자분야의 현장에서 일하다보니 직접 체감하게 된다.
필자의 증권사 빌딩에는 모 연기금 본점이 위치하고 있는데, 출입증을 받으려는 외국 금융인들로 연일 북적거린다. 한 두 명 단위로 오는게 아니라 보통 기본이 5명 이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 실물자산 투자관련 컨퍼런스에 가보면, 한국 투자자와 인연을 맺어 보려는 해외 부동산업자나 컨설팅회사, 자산운용사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른바 '국뽕' 차원에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증권, KB증권 등 국내 대형증권사 뿐만 아니라, 중소증권사들도 전세계를 누비며 투자할 거리를 찾아 다니고 있다. 그것도, 이들 대부분이 외국 관계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면서.
한국 투자자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우리나라 증권사들끼리 뜨거운 경쟁이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런던, 파리 등 전세계 대도시의 빌딩 매각 입찰건이 있으면 한국 증권사 2~3개가 반드시 끼어있게 마련이다. 한국 증권사들은 입찰가격도 외국 투자자들보다 높게 써내는 경우가 많다.
최근 프랑스 파리의 상업지구인 라데팡스에 위치한 '마중가 타워'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한국의 한 증권사가 선정됐다. 마중가 타워는 라데팡스 지구에서는 2번째, 프랑스 전체에서는 네 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이 지역의 랜드마크 빌딩 가운데 하나다. 현재 세계 최대 회계, 컨설팅사인 딜로이트 본사와 글로벌 기업 악사(Axa)그룹의 자산운용사 본사가 총 면적의 100%를 빌려 사용하고 있는 빌딩이기도 하다.
이 빌딩의 매입가는 1조830억 원으로, 우리나라 투자자가 해외 1조 원 이상 짜리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국내 4개의 증권사가 경쟁에 참여했고, 그 중 가장 많은 가격을 써낸 해당 증권사가 이 딜을 가져간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한국투자자들이 해외에서 대접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중국의 해외투자가 시들어진데 이어, 중동 석유자본들의 해외 투자도 시들해지고 있는 가운데, 다음 타석에 한국 투자자라는 타자가 등장한 셈이다.
중국은 요즘 미국과 유럽에서 사들였던 물건들을 매각하고 있다. 하이난항공으로 잘 알려진 HNA그룹과 안방보험으로 국내에 알려진 안방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 대도시의 A급 오피스들이 현재 매물로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의 해외투자제한 조치로 인해 중국 기업들이 많은 부동산 매물을 내놓고 있는데, 이를 사들이는 세력은 한국 투자자밖에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은 최근 몇 년간 -아마도 투자자라면 가장 듣기 싫어할 얘기인- ‘호구’ 소리를 들을 가능성을 감내하고라도 이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이러한 한국 투자자들의 기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해외 대체투자를 활발히 못하였는데, 이러한 여파로 -0.92%의 운용수익률을 기록하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였다. 반면,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국내 공제회 `빅3`(자산 규모)는 모두 3~4%대 운용 수익률을 달성하였는데, 이는 해외 대체투자 성과에 힘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러한 대체투자상품은 ‘공모형 부동산 펀드’의 형태로 일반 개인에게까지 공급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증권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공모형부동산 펀드를 개인을 대상으로 출시했는데, 3일만에 546억 원 모두 완판되었다. 예상수익률은 7.3%대이다.
앞으로 증권사들이 이와 유사한 개인 대상 상품들을 계속 출시할 예정이라, 개인으로서 대체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글ㅣ평을, 칼럼니스트
<필자 소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국내 여러 금융회사를 거치며 금융회사들이 돈을 버는 기초적 방식 뿐만 아니라 변형된 방식도 경험하였다. 특히, 금융회사 직장인으로서의 생존을 위해, 기회와 위기에 맞는 금융 또는 투자상품을 설계, 개발, 유통 시키면서 20년째 여의도 금융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 들어 언제라도 은퇴할 수 있는 심리적, 재정적 기반을 스스로 갖추었는 지를 고민 중이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일반 대중들에게는 제한적이었던 금융상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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