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진실인데 어쩐지 거짓말 같은…
갑자기 8살 아들이 물었다.
“아빠 국회의원이 뭐야?”
“음…아빠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라고 이야기했던 거 기억나?”
“응! 국민!!”
“그렇지^^ 우리나라의 주인은 국민이야. 그런데 우리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매일 모여서 중요한 일을 결정하기는 힘들겠지?
아빠는 회사에 가야하고, 엄마는 너를 돌봐야 하고, 너는 학교에 가야 하니까.
그래서 우리 대신에 그 일을 할 사람들을 뽑아서 맡기는데
그 일을 맡은 사람을 국회의원이라고 한단다.”
2020년 4월 15일,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끝났다.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들은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곁에서 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기간 동안은’ 우리나라의 주인은 국민인데, ‘선거기간이 끝나면’ 우리나라의 주인은 여의도에 계신 저 분들 같다. 이 느낌을 버리기 어렵지만 차마 아들에게는 이야기 할 수 없다.
선거기간 동안 이념논쟁, 흑색선전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분위기 때문에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선거가 진행된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은 비교적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선거기간 동안 정치 관련 뉴스, 동영상 조회수와 SNS 게시글이 폭주했다고 한다.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라고 한다. 문화 다양성, 인종 다양성, 사고 다양성, 학문 다양성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정보의 비 대칭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통해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Customizing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예전에는 정보를 직접 찾아 다녀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알아서’ 정보를 찾아준다. 포털사이트는 내가 많이 검색했던 키워드를 가지고 연관된 정보를 보여준다. 인터넷 쇼핑몰은 내가 구매한 상품정보를 기반으로 연관된 상품을 보여준다. SNS는 나의 성향과 인맥을 통해 추천정보와 추천인물을 보여준다. 이 세상의 주인은 내가 되었고 모두가 나를 위해 일하고 있다!!!
그런데 잠시만 생각해보자. 내가 원하는 정보를 알아서 찾아주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일까? 나를 위해 찾아주는 저 정보들은 예전에 내가 검색’했던’, 구매’했던’, 알고 ‘있던’ 과거의 정보, 상품, 인맥에 나를 묶어 두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 상품, 인맥은 이미 차단된 것이다.
미국 시민단체 무브온(Move On)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는 <생각 조종자들(원제 : The Filter Bubble)>에서 인터넷 정보 제공자가 사용자에게 적합한, 필터링 된 정보를 제공해서 사용자가 특정 정보에만 치중해서 보게 되는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관심 있는 정보에 치중하고 관심 없는 정보는 미리 걸러져서 다가가기 힘든 이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정의하고 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아마도 선거기간 동안 우리 국민들은 필터 버블 속에서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좋아하는 진영의 목소리만 주구장창 들었을 것이다. 반대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내가 가진 정치적 신념은 점점 강해진다. 역시 내가 옳았던 것이다. 이것 봐 인터넷에서도 온통 내 생각과 비슷한 정보만 가득하잖아!! 우리는 그렇게 바보가 되어 가고 있었다.
글ㅣ정천(靜天), 직장인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5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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