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 신입사원 면접 풍경 1

박지순 발행인 승인 2019.03.28 00:00 | 최종 수정 2138.07.28 00:00 의견 0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신입사원 면접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과거의 경험이 떠오른다.

졸업사진을 위해서 장만했던 정장을 다시 입어보고 그 사이에 늘어난 허리둘레를 한탄하기도 한다. 다음날 면접을 앞두고 손때가 묻은 자기소개서를 몇 번이고 뒤적거린다. 면접 당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본인의 면접순서를 기다리다가 면접장으로 들어가는 순간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 신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면접이 끝나면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던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모든 것이 허무하다.

필자는 가끔 신입사원 면접관으로 참석한다.  경력사원 면접은 어떤 경력과 분야의 사람들이 지원했는가가 가장 궁금한 사항이다. 왜냐하면 해당 분야에 맞는 질문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신입사원 면접에서 가장 궁금한 사항은 응시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해당 기업에 지원했는가이다. 그리고 취직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했는가이다.

신입사원의 면접방식은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다. 보통 면접관은 기본적으로 4, 5명 정도 참석하고 지원자들도 4, 5명 정도 동시에 면접을 본다. 이를 다대다 방식이라 칭하는데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면접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지원자들의 비교가 쉽다. 하지만 질문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심도있는 질문을 하기 어렵고, 해당 면접 조에서의 우열이 결과로 이어지기 쉬워서 상대평가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

상대평가의 오류라고 함은 어떤 조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서 지원자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뱀의 머리는 합격하고 용의 꼬리는 탈락하는 이치와 같다. 이러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맨 처음 시작하는 앞조의 가장 우수한 지원자에게 임의의 기준점수를 부여하고 다음 조의 우수한 지원자와 비교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앞조에서 가장 미진한 지원자에게 기준 점수를 주고 다음 조와 비교하는 방식도 병행하면 좋다.

신입사원 면접에서 개인에게 주어지는 면접시간은 보통 10~15분이다. 면접관이 5명일 경우 한 명당 2, 3분 정도 질의응답 시간이 할애되는 꼴인데, 그 시간에 가능한 질문수는 3개 정도이다. 하지만 모든 면접관이 3개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기에 한 명당 받을 수 있는 질문은 대개 10개 안팎이다.

기업에서 신입사원 채용은 경력사원과는 달리 매우 공을 들여서 진행한다. 우수한 인재를 원하기 전에 우수한 기업이라는 마케팅이 선행되어야 하고 선발 프로세스에 있어서도 공정함과 깔끔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채용 이후에도 각종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즉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러한 채용 비용 대비 개인당 10분 정도의 면접시간이라는 점이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면접시간도 기업 측에서 비용이라고 한다면 조금 이해는 된다. 서류로만 지원자를 판단할 수 없기에 면접을 진행해야 하고 면접 인원을 최대로 잡고 시간도 더 할애한다면 2, 3일이면 끝나는 면접 일정이 일주일 이상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대면 면접방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짧은 시간 동안에 어떻게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 중에 한 방식이 인바스켓 (In-Basket)이다.

인바스켓 면접 방식은 실제 직무의 일부를 과제로 제시한다. 그리고 해당 과제의 해결방안을 도출하고 발표 및 토론을 시킨다. 신입사원 면접에서 주어지는 인바스켓 문제 상황은 해당기업의 올바른 업무처리방식이 있기에 변별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발표와 토론을 통해서 의사표현의 논리성과 명확성, 상황판단 능력과 해결 능력, 상대방 의견에 대한 경청 및 의견 조율 등의 여러 역량들을 한꺼번에 판단할 수 있다. 

인바스켓 면접방식을 병행해서 사용하면 한 명당 질의응답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지만,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자들을 평가할 수 있다. 이유는 암기해온 자기소개를 응답하는 시간이 아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인의 역량을 보여주어야 하기에 지원자의 진솔된 모습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면 면접에서 있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소위 말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말을 잘하면 업무도 잘 할 것이라는 판단은 잘못된 것은 아니나 말만 잘하는 사람은 선별해야 한다. 우리는 보통 '대답에 영혼이 없다'는 표현을 가끔 쓴다. 즉 대답은 좋으나 진정성이 없다는 의미이다. 

언변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진정성이 묻어 나오는 답변에 면접관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진정성은 진지한 태도라는 형식적 틀에서 그동안 취업을 위해 공들인 시간과 노력이라는 내용을 통해서 나온다. 

면접이 끝나면 면접관끼리 간략하게 지원자들의 평가를 한다. 물론 면접관들의 사후 평가를 금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면접관들 사이에 지원자들을 평가하는 눈높이를 조율하지 않으면 억울하게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어떤 면접관은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대로 평가하고 또 다른 면접관은 낮은 점수대로 평가할 경우 근소한 점수 차이로 인해서 당락이 바뀔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 위에서 언급한 초기 지원자들의 기준점수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은 면접관들이 평가한 합격선에 있는 후보자들은 거의 같다. '한눈이면 열눈이라고' 약속이나 한 듯이 면접 결과표가 비슷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다음장에서 논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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