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크리에이터와의 우연한 만남, pop-up業 interview
by.컨츄리시티즌 X 로컬 에디터 1기
컨츄리시티즌 로컬 에디터, 신성희 에디터가 소개합니다.
<주식회사 지방> 조권능 대표
“연달아 잇닿은 많은 산”이라는 지명을 지닌 이곳 군산(群山)에서는 조권능 대표와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모여 콘텐츠로 실현되고, 각각의 콘텐츠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로컬 생태계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청년 마을 지원사업의 마지막 해를 앞둔 <술익는마을>은 ‘술’이라는 지역 자원을 활용해 청년들과 함께 로컬 콘텐츠를 생산하고 로컬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에 기여하고 있는데요.
군산의 로컬성과 전통주라는 아이템을 결합하여 군산의 양조 산업을 되살리고 이를 통한 로컬 브랜딩에 힘쓰고 있는 <주식회사 지방>의 조권능 대표. 현재 신사업을 구상 중이라는 군산의 ‘선유도’에서 그를 만나 군산 로컬 브랜딩에 대한 견해와 <주식회사 지방>의 다음 스텝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주식회사 지방> 대표 조권능 입니다. <주식회사 지방>은 ‘지역관리(area management)’ 개념을 도입한 지역 운영 회사에요.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지역 콘텐츠 개발, 부동산 매니지먼트 등을 운영하고 이를 크리에이터와 연결해 주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로컬이나 도시 재생하는 곳들은 잠재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혼자서 개발하는 것은 힘들거든요. 주변의 크리에이터들, 크루들이 모여야 하는데 대부분이 서울로 가고 싶어 할 때 이를 역행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 가능성 등 그런 매력들이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잠재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그런 것들을 찾아서 자연스럽게 지역에 이주하고 창업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들을 하는 거죠.
군산에 정착하시는 분들이 더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거군요.
비단 정착하려는 분들뿐만 아니라 기존에 군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 지역의 매력도를 알려서 이곳에서의 창업을 유도하려고 노력하죠. 오히려 외부 청년들을 끌어들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요. 갑자기 군산에 가서 살겠다고 하는 게 누군가에겐 자기 인생이 걸린 큰 결정이잖아요. 반대로 기존에 군산에 있던 친구들을 안 떠나게 하는 것은 그것보다 훨씬 쉽죠.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바라본 나의 로컬(군산)은 어떤 곳인가요?
군산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도시라서 역사가 짧은 만큼 다 외지인들로 구성돼 있는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독립성이 굉장히 강하거든요. 자기 세계관이 강한 사람들이 독립적인 개체로서 무리 지어 있는 형태인 것 같고, 그래서 창의성이 돋보이는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군산은 서로 다른 이들이 함께 모여 무리 지은 공간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식회사 지방>은 로컬 브랜딩을 통한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데요. 도시재생의 측면에서 여러 지역 중 왜 군산을 선택하셨나요?
보통 더 빨리 산업화를 한 곳들이 도시 재생을 먼저 시작하거든요. 그러니까 먼저 개발이 이루어진 곳들이 재생도 더 빠르게 일어나요. 세계적으로는 런던이 가장 빠르게 도시 재생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죠. 2000년대 초반, 제가 대학교 다닐 때쯤 영국에 ‘테이트 모던’이라는 게 생겼고 그때 이미 도시재생이 시작되고 있었어요.
저도 학교에서 도시재생과 이런 사례들을 알게 되면서 되게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졸업 후에는 나도 이런 일들을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어디로 가야 할까를 생각하던 중 우리 동네를 보니까 너무 낙후되어 있더라고요.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자주 만나고 놀던 공간들은 이미 다 택지 개발로 사라졌고요. 그게 지금 저희가 있는 월명동, 영화동 이 동네들이에요.
본격적으로 그럼 원도심부터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사실 금방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이렇게 오래 걸리네요. (웃음) 아직도 할 일이 아주 많이 남아 있어요.
<주식회사 지방>의 프로젝트 중 그 시작점이 된 게 <영화타운>이 아닐까 싶은데요. <영화 타운>에서 ‘양조’ 중심의 로컬 산업으로 넘어가기까지의 기획 스토리가 궁금해요.
<영화 타운> 같은 경우는 창업 공간을 만드는 거였어요. 쉽게 얘기하면 로컬 창업을 시키는 서비스 형태들이 주를 이뤘고, 보통의 일반 창업하고 조금 달랐던 점은 지역 매니지먼트가 중간에 들어가면서 다양한 창업자들을 연결해 크리에이터들을 한곳에 모으는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각개전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이트에 모이면 조금 더 지속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러한 집약 공간에서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로컬에서는 서울에 비해 몸집을 불리거나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요. 지속 가능한 운영이 좀 어렵죠. 예를 들어서 힙한 카페가 하나 생겼다고 해도 그때나 힙하지 한 5년 지나면 사람들이 찾는 빈도수가 줄어들게 되잖아요. 저도 처음에 했던 게 카페 창업이었거든요. 군산에서 엄청 유명했지만 10년 정도 운영하니까 아무래도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하기 힘들게 되었어요.
서울에서 시작한 카페 같은 경우는 어떤 기업가의 눈에 띄어서 프랜차이즈가 될 기회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지방은 그렇지 않거든요. 자기가 자기를 스스로 폐업시키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게 어쨌든 우리가 직면해 있는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장기적인 시선으로 로컬 산업을 보게 되었죠.
그럼 지속 가능한 로컬 산업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로컬 상업은 결국 로컬 창업, 골목 상권 베이스에서 무언가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때 중요한 게 콘텐츠에요.
그래서 군산의 로컬성을 잘 담을 수 있는 콘텐츠가 뭘까를 고민했을 때 이제 술을 떠올린 거예요. 당시 군산의 *<백화양조>가 가진 역사적 스토리를 잘 끌어내되 우리 식으로 새롭게 풀어나가고 싶었고, 양조업으로 넘어가는 단계를 밟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년 마을에는 지속 가능한 로컬 사업이 있으니까 이 사업을 활용해서 <영화 타운>에서 ‘양조’ 중심의 로컬 산업으로 넘어가자고 생각을 한 거죠.
*<백화양조>는 1945년 광복 직후 창설되어 청주와 위스키 생산을 주로 하였던 역사 깊은 군산의 향토기업으로, 지금은 롯데주류(주)가 인수하여 롯데주류 군산공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 지역 자원이나 콘텐츠는 어떻게 찾아나가시나요?
저도 한 10년 넘게 콘텐츠를 찾았었는데, 부끄럽게도 <술익는마을> 전에는 술이라는 콘텐츠를 잡지 못했었어요. 그러다 2017연도쯤 페이스북에서 모종린 교수님이 군산에서는 사케 산업을 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작성하신 글을 보게 되었는데요. 충격을 받았었죠. ‘외부 시선에서는 보이는 것들이 나한테는 오히려 안 보였었구나’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그 글을 통해 중요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후로 더욱 외부 사람들과의 연결에 대해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죠.
제3자의 시선에서도 바라보고 그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요. 특히 주민분들 같은 경우에는 그곳에 애정을 갖고 오랫동안 아이디어를 떠올리셨으니까 다양한 콘텐츠를 던져주실 수 있거든요. 보통 그렇게 던져주는 것들을 잘 캐치해서 콘텐츠로 구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언급하신 ‘술 문화’와 청년 마을의 결합체인 <술익는마을>에 대해 안 물어볼 수가 없는데요. 올해가 지원사업 마지막 해죠. <술익는마을>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술익는마을>은 테마파크 식으로 운영하고,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양조 회사를 설립할 계획에 있어요. 쉽게 얘기하면 <술익는마을>은 관광 자원으로서 원도심 안에서 책방, 독립서점 같은 것도 만들고 하나하나씩 넓혀가며 한 테마를 여행할 수 있는 코스를 짜는 게 목표인 거죠.
이런 공간들에는 청년 창업가, 크리에이터를 뽑아서 확장해 나가고 있어요. 지금은 앵커 스토어를 하나 운영하는 친구, 보트샵을 하는 친구가 있고 스파 공간과 양수장도 저희가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플랫폼 사업을 목표로 한 건 아니었는데 자연스럽게 점점 플랫폼화 되어가는 것 같아요.
<술익는마을> 같은 청년 마을이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잘 작용하려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뭘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일단 자생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청년 마을들은 어쨌든 공공 지원 사업이잖아요. 그래서 공공이 바라는 대로 방향성을 맞추다 보면 갈 길을 잃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그냥 내 길을 가는데 공공이 그 길을 도와주는 역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공공뿐만 아니라 지자체와도 관계를 잘 만들어 나가고 자기 자생력을 먼저 확보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려면 어떤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크리에이터들을 교육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고, 차라리 원하는 강의를 매칭 시켜주고 나머지는 본인이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예로, ‘메이커 스페이스’는 로컬 크리에이터 본인이 가지고 있는 답을 끌어내 줄 수 있어요. ‘DIY 메이커 스페이스’, 공유 주방 같은 ‘쿠킹 메이커 스페이스’, ‘디자인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고 이걸 한 공간 안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죠.
저희도 이번에 군산과 선유도에 이러한 공간을 만들려고 해요. 특히나 양조장을 만들어 나중에는 ‘여기가 술 콘텐츠 타운이구나’ 명명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고, 술과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앞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앞선 답변을 보면 기획과 아이디어 구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또 오랫동안 하기도 하셨고요. 같은 지역에서 계속해서 기획과 구상을 해야 한다면 슬럼프가 오기도 할 것 같은 이를 극복하는 팁은 무엇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기획보다는 저희는 운영사거든요. 솔직히 기획은 저희보다 잘하는 팀이 엄청 많죠. 하지만 기획을 운영 단계까지 설계할 수 있는 팀은 많이는 없거든요. 저희 같은 경우는 운영 단계까지 설계하는데 사실 운영이 진짜 어려워요. 기획 같은 경우는 그 과정 안에서 한 번씩 ‘새로운 것도 해볼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하는 거기 때문에 사실 기획에 대한 슬럼프는 별로 없어요.
우리가 매일 기획해야 하는 팀이면 그 압박감 때문에 슬럼프가 올 수도 있지만, 저희는 평소에는 운영을 기본으로 하다가 뭐 새로운 게 하고 싶으면 그때 기획을 시작하기 때문이죠.
사실 새로운 기획을 안 하면 안 할수록 우리는 좋아요. 왜냐하면 기획에 맞춰 운영도 계속 늘어나는 거잖아요. 매장도 많고, 게스트하우스도 있고, 양조장도 있어 술도 만들어야 하고 할 게 진짜 많아요. 운영을 다 맡고 있으니까요. 근데 기획을 하면 그게 늘어나거든요. 예를 들어서 선임대가 뭐 하나를 더 기획해서 만들면 운영할 게 더 늘어나는 거죠. 그런 게 오히려 더 딜레마인 것 같아요. 기획을 계속해야 하긴 하는데, 동시에 운영 역시 생각해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운영하실 때 가장 부딪히게 되는 한계 지점은 어떤 부분인가요?
멋있게 기획할 수는 있겠는데 이게 ‘지역하고 어느 정도 톤을 맞춰야 하는지’가 되게 어려워요. 조금 더 캐주얼하게 지역이랑 맞춰보려고 하면 오히려 멋이 없어지고, 조금 멋있게 해볼까 하면 약간 지역하고 떨어지게 되고, 그래서 이제 그 부분이 항상 헷갈리는 부분이고 고민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뭐라고 해야 될까요? 운영할 때 얼마나 상업성으로 갈 것인가 얼마나 지역성으로 갈 것인가, 생각하기가 어렵죠. 로컬성도 마찬가지예요. 로컬성을 얼마나 가져가야 할지 비율을 나누고 하나의 세계관에 묶는 작업이 굉장히 어렵죠.
저희가 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곳, 군산의 ‘선유도’에서 신사업을 구상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네, 지금 선유도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어요. 여기 와서 하는 이유는 사실 원도심보다 여기가 굉장히 핫하거든요. 그럼에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은 거의 60대 중장년층 관광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그런 지점에서 원도심과 이곳을 연계하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지금 <술익는마을>은 어느 정도 안정을 잡은 상태예요. 그래서 여기서 좀 더 연계해서 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고, 지금 이곳 선유도에서 그런 사업을 좀 구상해 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지역 관리 기법을 선유도에도 적용하려고 하는데요. 기존 군산 원도심에서 했던 것들을 조금 디벨롭해서 다시 리바이벌할 예정인데, 아직은 지역 자원 조사가 완료되지는 않았어요. 계속 찾아가는 중입니다. 선유도만의 로컬 콘텐츠를 하나 찾을 예정이에요. 양조 같은 경우에는 위스키 쪽을 해볼까 생각해 보고 있고요. (웃음)
선유도에서의 신사업이라, 기대되네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통해 <주식회사 지방>을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술익는마을> 같은 경우에는 이제 콘텐츠 타운과 상업 공간이 한데 어우러지는 테마파크로 운영되는데요. 오셔서 술도 드시고,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저희 앞으로 나올 제품들도 사랑해 주시고요. (웃음)
지금 준비하고 있는 사업도 마찬가지로, 아직은 구상 중에 있지만 지금 다 같이 팀원들이랑 선유도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기대해 주시고, 앞으로 술의 도시로 만들어 나가는 군산도 많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웃음)
인터뷰 진행&편집 : 신성희 에디터
촬영 및 보조 : 전소현 에디터&허유미 에디터
총괄 :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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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지방> 의 <술익는마을>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oolma_gunsan
길을 걷다 발견한 팝업스토어처럼
우연히 만나게 되는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종종 즐거운 인연이 되기도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로컬 브랜드,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우연히 만나보세요.
<POP-UP業 interview>에서는 컨츄리시티즌과 로컬 에디터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로컬을 업으로 삼고있는 10인의 로컬 크리에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로컬,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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