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변의 생활법률 ] 대리기사의 보복으로 부득이 도로에서 3m를 운전하였다면
김학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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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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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를 불러 운행하던 중 차주와 대리기사가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대리기사가 차를 도로상에 놓아 두고 가버렸다.
차주는 차가 도로위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뒤에 택시가 오자, 만부득 3m가량 운전하여 차를 도로변으로 주차시켰는데, 숨어서 이를 보던 위 대리기사가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정2908 사건이다.
위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였다. 필자로서도 멋진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법원은, 차주가 대리기사가 가버린 뒤 앱으로 다른 대리기사를 호출한 점, 도로 중앙에 있다가 뒤에 차량이 오자 진로공간을 확보하여 주기 위하여 부득이 도로변으로 차를 이동시킨 정황에 비추어, 더 이상 차를 운전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아, 형법 제22조의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형법 제22조 제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처벌을 하기 위하여는, 해당행위가 구체적으로 처벌된다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여야 하고, 그 행위에 위법성과 책임이 존재하여야 한다.
종래 실무상으로는 위법성과 책임을 배제하는 데에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위 판단과 같이 이제 실무에서도 풍요롭게 적용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다.
글ㅣ김학민, 변호사
<필자 소개>
법무법인 필로스 시니어 변호사, 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영국 레딩대학교 ICMA 센터 파생금융상품 연수 논문 : 다이아몬드 펀드 사례를 통하여 본 키코상품구조의 불공정여부 검토(2011. 7. 25.자 법률신문) 저서 : CEO를 위한 회사법이야기(진원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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