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처음 교문을 들어선 아이들에게…

정천 전문위원 승인 2020.06.04 20:59 의견 0

온라인으로 학교수업을 시작한 아이들이 과연 사회성이 부족할까?

2019년 12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희망직업 1위는 <운동선수>이고, 과거 인기직업이었던 <교사>는 2위에 머물렀다. 주목할 점은 3위 <크리에이터>였다. 2018년 조사결과에서 처음 5위에 오른 후 1년 만에 3위로 상승했다. 기타 초등학생 희망직업으로는 의사, 요리사, 프로게이머, 경찰관, 변호사, 가수, 웹툰작가 등이 있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희망직업은 모두 안정적인 직업인 <교사>가 1위였다.

병원 가득 우렁찬 목소리로 태어나 순간순간 아빠에게 감동을 선물하던 네가 드디어 처음 학교 교문을 들어섰구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교문을 들어갈 수 없었던 아빠는 선생님 손을 잡고 교실로 향하던 네 뒷모습을 한동안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바라보고 있었단다.

어떤 어른이 ‘2013년 태어난 너희는 사회성이 부족한 세대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했더구나. 아마도 ‘정상적으로’ 학교를 가지 못하고 몇 달 동안 ‘온라인으로만’ 수업하면서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학교생활도 할 수 없었던 너희들을 걱정해서 한 말일 거야.

언젠가 아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 어른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어른 말이 맞기 때문이 아니라 어른 말을 들었을 때 실패하거나 위험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라는 말 말이야.
그러나 어른들의 생각, 지식은 그 어른의 과거에서 얻은 것들이기 때문에 반드시 진리라고 볼 수 없어. 그래서 아빠는 너희가 사회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저 어른 말에는 동의하지 못하겠구나.

생소하겠지만 예전 PC통신이라는 것이 있었단다. 지금 인터넷과 카카오톡의 할아버지 같은 거란다. 그때 어른들은 컴퓨터 앞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사회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단다. 그런데 오히려 그 아이들은 컴퓨터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고, 심지어 멀리 있는 사람과도 나이, 성별을 떠나 친구가 되었단다. 그 아이들이 지금 엄마, 아빠 세대란다.

엄마, 아빠 세대도 엄마, 아빠가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걱정 섞인 말을 많이 들었단다. 당연히 어느 세대나 세상이 바뀌면 어른들은 걱정하는 말을 한단다. 그렇다면 너희 세대는 어떨까? 정말 사회성이 부족한 세대가 될까? 아니야. 아빠는 너희 세대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을 바꾼 세대가 될 거라고 믿어.

 

너희는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을 바꾼 첫 세대가 될 거란다

한 번 생각해보자. 우선 너희가 온라인 수업을 처음 접했을까? 아니지. 수업은 아니지만 너희들은 온라인으로 많은 것을 배워온 세대란다. 유튜브를 통해 장난감 변신, 합체 하는 방법, 색종이 접는 방법, 줄넘기 하는 방법, 춤추는 방법 등 많은 것을 보고 자랐어.

온라인으로 배우는데 익숙한 너희들로 인해 앞으로 교육이 바뀔 거야. 재미없는 수업,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업, 이유도 없이 외우기만 하는 수업은 너희들에게 통하지 않을 거야.
엄마, 아빠는 고등학교까지 자기방식으로만 수업하는 일부 선생님 수업을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참고 들어야만 했단다. 대학교에서도 과목은 선택할 수 있었지만 똑똑하지만 가르치는 것은 별로인 일부 교수님 수업을 참고 들어야만 했단다.

그러나 앞으로는 너희들 덕분에 이 땅의 교육이 바뀔 거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자기만 똑똑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학생들이 정말 알고 싶은 것을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이 많아질 거야. 당연히 수업방식도 교과서도 바뀌게 되겠지. 그렇게 만들려고 지금 이순간까지 많은 어른들이 오랫동안 노력해 왔는데 너희들 덕분에 멋지게 바뀔 것 같아. 어쩌면 <1분 수업 미리 보기>를 보고 선생님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올지 몰라.

너희들은 내가 원하는 공부, 나에게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갈 테고 엄마, 아빠가 어릴 때 꿈꾸었지만 만들지 못한 세상을 너희는 살아가게 될 거야. 그런 멋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 오늘 아침에도 그랬던 것처럼 학교가는 것이 재미있다는 마음 변치 않기를 바란다.

유치원 앞에서 너를 들여보내며 아빠가 했던 말 기억해?
“오늘 하루도 유치원에서, 아니 이젠 학교에서 신나게, 열심히 놀고 오렴~”

 

글ㅣ정천(靜天), 직장인

<필자 소개>

재수를 거쳐 입학한 대학시절, IMF 때문에 낭만과 철학을 느낄 여유도 없이 살다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몇 권의 책이 세상살이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주었다. 두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껴 지금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15년 차 직장인이며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자산관리, 감사, 윤리경영, 마케팅 등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일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가이며,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컬럼리스트 활동과 가끔 서는 대학강단에서 자신의 꿈을 <Mr. Motivation>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구 출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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