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화의 내재화에서 벗어나기를....

윤희석 전문위원 승인 2020.03.31 16:19 | 최종 수정 2020.04.07 15:41 의견 0

90년대 초반까지의 학력고사나 94학년도부터 도입된 수능의 초기를 경험한 세대에게 지금의 대입 전형은 복잡하기만 하다. 심지어 20대를 살고 있는, 그래서 나름 복잡한 전형을 통과해 대학에 입학한 세대 역시 전형의 성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력고사나 수능에 의한 획일적 줄세우기 방식이 아니라, 학생부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지금의 전형 방식은 나름의 근거와 타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복잡한 전형으로 인해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적성이나 특기에 맞는 방식으로 전형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기 힘든 것도 또 다른 현실이다.

어렵게 합격한 이후 대학생이 된 많은 신입생들이 장밋빛 대학 생활을 기대하기 힘든 몇 가지 장벽이 있다. 성적에 따른 줄 세우기에 의해 대학에 합격한 세대는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나름의 동질감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비슷한 성적을 받고 대학에 입학했다는 동질감 또는 동류의식. 반면 지금의 대학은 다양한 전형 방식에 의해 이러한 류의 동질감을 형성하기 힘든 환경에 처해 있다. 합격 시기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입학하는 당시부터 대학 동기라는 느낌이 약해져 있다.

심지어는 합격한 전형에 따라 신입생을 서열화하려는 시도 역시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어떤 전형을 통해 입학한 사람은 성골 또는 진골이며, 나머지는 두품으로 구분한다는 풍문이 낯설지 않다. 견고한 신분제의 계급 서열을 대입 전형에 들이대는 서늘한 기운이 대학에 존재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서열화가 학생들 간의 조화를 깨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흔히들 두품으로 구분하는 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은 주변의 낯선 시선으로 인해 외적으로 형성된 서열화의 기제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게 된다. 서열화의 내면화는 학생들의 대학 생활 자체를 좀먹기도 하지만, 이후 직업 영역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기대감이 자신의 가능성을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불만과 낮은 자존감이 자신의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이끄는 방향의 자기실현적 예언이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서열화에 익숙해지도록 성장한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이 만든 어두운 자화상을 보며 슬픔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어쩌면 스무 살 무렵의 나 역시 그런 시선을 드리운 가해자였을지 모르지만,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본 지금에 와서는 그러한 시선이 부당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서열화의 시선이 부당함을 외치고 저항하는 것은 그 시기를 살고 있는 당사자의 몫이다. 진정으로 그 시선이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그 서열화의 굴레가 자신의 삶을 얽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좁게 설정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40대 후반이 되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삶은 대학의 서열이나 대학 내의 서열에서처럼 그렇게 견고한 방식으로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다는 걸 강하게 느낀다. 사실 그 시스템이 자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견고화되어 있다고 믿는다면, 스스로가 삶의 방향을 되짚어 볼 일이다.

어쩌면 자신 또한 그 서열화의 견고한 굴레를 만들어 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에게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열려 있으며, 그 다양한 삶의 방식은 서열화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글 : 윤희석 대표 / 봄들

▶저자는 고등학교 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 모범생이기도 했지만, 고3 시기부터 오랫동안 심각하게 방황한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대학 입학 이후 14년 만에 교사가 되기까지의 시간 속에는 남다른 고민의 흔적이 담겨있다. 저자가 보낸 방황과 고민의 시간은, 12년간 교사로서 학생들을 만나는 중에 그의 제자들에게 용기와 발전의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아이들 속에서 발견한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교사 시절 ‘행복한 사춘기는 가능하다.’(뜨인돌)를 집필했다. 제자들에게 ‘가슴 뛰는 인생’을 강조했듯 스스로의 주문을 실천하기 위해, 콘텐츠 기획자 및 교육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교사 시절 학생들과의 교감을 가장 중시했으며, 학생들과의 교감을 쌓기 위한 과정에서 제자들과 1,000번 이상의 상담을 했다. 그 상담의 기록을 <1,000번의 상담과 1,000번의 깨달음>으로 출간하였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EBS 수능 강사로서 12년간 활동하며 전국의 수많은 수강생들을 만나왔다.

 : 윤희석 대표

약력

* 연세대학교 및 연세대 대학원 졸업

* (전)SK, 한국일보 전국 학력경시대회 출제위원

* (전)필스터디 사탐·논술 학원 원장

* (전)서울외고, 김포외고, 외대부속 용인외고 교사(12년)

* KDI 전국 경제 경시 대회 교육부 장관상 수상/기출강의

* KDI 전국 경제 교사 연수 강사/한국경제발전사 출제위원

* (현)ebsi 사회 탐구 강사<수특 사문·경제(2008년-2019년 현재)>

 

저서

* 2009년 EBS 10주 정치, 파이널 사문

* 2010년 EBS 수특 사문, 10주 경제

* 2011년 EBS 내신 육감, 수완 경제

* 2012년 메가북스 수능 사문 안테나, 정치 450제, 수특 경제

* 2013년 5분 사탐 사회·문화(형설출판사 : 단행본)

* 2014년 EBS 파이널 경제, 행복한 사춘기는 가능하다(뜨인돌출판사 : 단행본)

* 2015년 EBS 수능 특강 사회·문화 등 다수 검토

* 2016년 EBS 수능 특강 경제 등 다수 검토

* 2017년 EBS 통합사회 개념완성 실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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