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글은 업무상 배임죄에 관한 몇 가지 사례들을 들어보자.
다만, 업무상 배임죄에 대하여는, 예컨대, 회사의 경영자의 행위들 중 새로운 유형인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 LBO 방식의 회사인수, 지배주주의 자사주 취득 등에 대하여도 무비판적으로 배임죄로 처벌하는 경향에 대하여 제동을 거는 의견들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들 의견들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경영상황을 과거에 규율한 법이론으로 일률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적인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아래의 내용들은 필자의 'CEO를 위한 회사법이야기' 제88면 이하의 내용을 일부 발췌 인용하였다.)
1. 만약, 주식회사의 임원이나 회계책임자가 주식매수인에게 대주주 대여금 명목으로 회사자금을 제공하여 주식매수대금으로 지급하게 한 행위는 유효한 행위가 될까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위 사안에 대하여, 그 대여행위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임이 명백하고 회사 내부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절차를 거쳤으며 그로 인하여 회사의 자금운용에 아무런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여금 회수를 위한 충분한 담보도 확보되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상 배임죄 또는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2006. 11. 10. 선고 2006가합2070 판결).
2.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한 경우라면 어떨까요?
즉,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하여 발행 당시의 적정주가와 전환사채 발행조건상의 행사가격의 차이만큼 회사가 더 많은 자본금을 납입받을 수 있는 기회이익을 상실하였다면, 이에 대하여 회사의 손해를 인정하여 배임죄로 의율한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1도3191 판결).
3.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함에 있어 그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에게 자금을 대여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 대여하였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 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을 경우라면 어떨까요?
법원은, 그룹 회장이 별다른 채권보전조치 없이 채무변제능력이 없는 계열회사에게 공사미수금 및 대여금 형식으로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한 행위는,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지만 회사에는 손해를 가하는 행위여서, 배임행위가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06. 11. 10. 선고 2004도5167 판결).
그리고, 회사의 이사 등이 계열회사에 회사자금을 대여함에 있어서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도4234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7. 9. 6. 선고 2007노586 판결에서도, 그룹 회장이 부실계열사의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들을 동원하여 참여하게 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함으로써 계열사들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주식회사인 금융기관이 실질적으로 대출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으로 하여금 장중에 있는 자기주식을 취득하게 하기 위하여 금원을 대출하는 것은 자본충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와 같은 대출은 그 목적과 취지가 법령이나 사회상규에 위반되어 금융기관에 대한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따라서, 회사의 이사 등은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항변만으로는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게 됩니다.
5. 만약 재벌그룹 회장이 부실계열사의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들을 동원하여 참여하게 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함으로써 후자의 계열사들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는 어떨까요?
서울고등법원 2007. 9. 6. 선고 2007노586 판결은, 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목적이 계열사의 연쇄부도나 금융기관의 계열사들에 대한 금융제재를 회피하는데 있기 보다는 회장 개인의 연대보증채무를 해소하는데 있다고 보아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파악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그룹 계열사 등 주식회사의 자금이 출연된 투자펀드의 수익금을 그룹 회장의 개인재산과 함께 관리, 사용한 경우에 실제로 사용한 금액 뿐만 아니라 나머지 금액 전부에 대하여 횡령죄의 기수를 인정하기도 하였습니다.
6. 기타, 신주를 인수할 의무가 있지도 않은 계열회사로 하여금 재무구조가 상당히 불량한 다른 계열회사의 신주를 액면가격에 인수하도록 하거나(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도520 판결), 보험사의 대표이사가 타인에 대한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기업평가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 적절히 시행한 기업평가에 의하여 경영상황이나 재무구조 및 신용상태 등이 매우 불량한 것으로 평가되었음에도 타인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나 타인으로부터의 부당한 요청에 의하여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대출해 주거나, 그 타인의 회사채나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이에 나아갔다면(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755 판결), 배임죄라는 판단이 되었습니다.
7. 하나 더 말씀드린다면,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도520 판결은, 대한통운이 속해 있던 동아그룹의 계열회사인 동아건설이 이미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고 있던 공익채무에 대하여 대한통운이 추가로 보증한 사안에 대하여 판단한 사건입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회사의 대표이사가 타인의 채무를 회사의 이름으로 지급보증 또는 연대보증함에 있어 그 타인이 만성적인 적자로 손실액이나 채무액이 누적되어 가고 있는 등 재무구조가 상당히 불량하여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한 관계로 그를 위하여 지급보증 또는 연대보증을 할 경우에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이에 나아갔다면 그러한 지급보증 또는 연대보증은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나, 그 타인이 단순히 채무초과 상태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그러한 지급보증 또는 연대보증이 곧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글ㅣ김학민, 변호사
<필자 소개>
법무법인 필로스 시니어 변호사, 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영국 레딩대학교 ICMA 센터 파생금융상품 연수 논문 : 다이아몬드 펀드 사례를 통하여 본 키코상품구조의 불공정여부 검토(2011. 7. 25.자 법률신문) 저서 : CEO를 위한 회사법이야기(진원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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