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충분히 오래 머물다(살다) 보면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내 알았지.’
버나드 쇼가 죽기 직전 자신의 묘비명으로 해 달라는 위의 문구는 다음과 같은 문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렇게 끝날 걸 알았지.’
비록 오역이긴 하지만 이 문장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던건 습관적으로 기한(Deadline)을 넘기거나 마감에 쫓겨 급하게 처리하느라 밤새는 게 일상인 자신들의 모습이 투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 결정을 미루고, 마감에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업무처리에 급급하는 자신들의 ‘미루는 습관’을 단순한 ‘성향’이나 ‘버릇’으로 오인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압박감에서의 작업은 오히려 업무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며 옹호하기도 한다. ‘미루는 습관’이 회사 생활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당 부분 스트레스의 근원임을 간과하고 말이다.
2020년 7월 일자리 제공 전문기업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직장인 1225명을 대상으로 `직장인과 스트레스`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6.7%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으로는 `상사·동료와의 인간관계`가 25.2%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과도한 업무량(23.7%)`, `낮은 연봉(13.1%)`, `상사·고객·거래처의 갑질(9.9%)`, `성과에 대한 압박(8.9%)`, `업무능력·지식 부족(7.8%)`, `긴 출퇴근 시간(5.8%)`, `불투명한 회사의 미래(5.6%)`를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들었다. 또한 실제로 스트레스 해소를 하지 못한 채 직장생활을 하는 상당수 직장인들은 과거에 비해 업무에 대한 열정이 떨어졌으며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스트레스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 사람들 간의 갈등과 과도한 업무에 대한 부담의 근저에는 항상 ‘미루는 습관’이 존재한다. 상사, 동료, 후배의 미루는 습관이 나를 힘들게 하고, 본인의 미루는 습관이 자신을 지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오피스 내에서 발생하는 ‘미루는 습관’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갈등과 관련한 재미있는 기사가 있어 소개해 본다.
주간 동아 2019년 1179호에 따르면, 일하러 모인 회사에서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오히려 동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을 ‘오피스빌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오피스빌런은 사무실(Office)과 히어로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인 빌런(Villan)을 합친 말이다. 기사는 오피스빌런을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가 바로 ‘미루는 습관’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 빌런은 바로 제갈공명 빌런이다. ‘제갈공명’은 명칭이 주는 그럴싸함과 달리 ‘삼고초려’에서 빌려온 세 번 지시 또는 요청을 해야만 업무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제갈공명 빌런들의 주된 대사는 “깜빡 잊었습니다.”와 “제가요?”라 한다. 상사들 역시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결재를 미루는 사람들이 이 빌런에 속한다. 전형적인 ‘미루기 습관’에서 비롯된 직장내 스트레스 유발 유형이다.
두 번째 빌런인 신데렐라 빌런 역시 ‘미루는 습관’과 깊은 연관이 있다. 직장인 조사에 따르면 70%가 넘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시간에도 업무 처리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근시간만 되면 업무의 완료 여부와는 상관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이 바로 신데렐라 빌런들이다. 이들이 맡은 일을 마무리를 잘해놓고 퇴근했다면 빌런으로 불릴 이유도 없을 것이다. 신데렐라들이 남겨 놓은 일은 동료들의 몫이 된다.
세 번째 빌런 다크템플러 빌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한 블리자드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다크템플러처럼 이들은 은폐술에 능하다. 분명히 회사에는 출근했는데 중요한 순간에 아무리 찾아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들로 인해 업무는 지연되고, 의사 결정이 제 때 이루어지지 않게 되니 이만한 스트레스가 없게 된다.
네 번째 업무 진행은 동료나 부하에 전가하고 보상은 독식하는 책임 회피형 상사를 칭하는 포켓몬 트레이너 빌런과 다섯 번째 새롭게 도입되는 디지털 시스템을 익히기를 거부하고 부하 직원들을 쉴 새 없이 괴롭히는 흥선대원군 빌런들 역시 직접적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본인의 역할을 남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점에서 ‘미루는 습관’과 연관이 크다 할 수 있다.
‘미루는 습관’은 미세먼지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직장 생활터를 하루하루 오염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개인의 잘못된 습관 정도로 치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 글에서는 ‘미루는 습관’이 발생하는 근원에 대해 국내외 연구 자료를 통해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미루는 습관’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한 노하우에 대해 공유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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