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윤 한섬 VMD "다양한 시각적 공부 필요"

박지순 발행인 승인 2019.04.08 00:00 | 최종 수정 2138.08.19 00:00 의견 0

'릴레이 인터뷰'는 먼저 사회에 진출한 선배 직장인들이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를 후배 청년들에게 릴레이 방식으로 전해주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사진=임지윤 본인 제공)
(사진=임지윤 본인 제공)

현재 직장과 직무를 말씀 주세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담당하시나요?

저는 패션전문기업인 한섬의 캐주얼 사업부 소속 VMD (Visual Merchandiser)로 일하고 있습니다. 

VMD의 주요 업무는 2주에 한 번 신상품을 마네킹에 스타일링(Styling)해 촬영한 후 룩북(Look-Book)으로 제작하는 것입니다. 룩북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상품을 선보이는 가장 공식적인 자료입니다. 즉, VMD는 브랜드의 스타일리스트(Stylelist)인 셈이죠.

스타가 공식석상에 오를 때 반드시 스타일리스트의 손길을 거치듯, 브랜드도 마찬가지 입니다. 스타일리스트의 손에서 탄생한 스타의 모습이 대중이 인식하는 스타의 아이코닉(Iconic)한 이미지가 되는 것처럼, VMD의 스타일링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다른 중요 업무는 디스플레이(Display) 입니다. 같은 상품이라도 어떻게 진열했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고객의 시선과 동선을 고려하여 조화롭고 아름답게 매장을 진열하는 것, 그리고 각각의 상품이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 VMD의 과제입니다.

그래서 액세서리 집기를 개발하기도 하고 상품을 진열할 때에는 전체적인 컬러가 조화로운지, 서로 이웃한 옷끼리 코디(Codi)가 가능하여 고객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합니다.  
 
어떤 계기로 현재 직무를 선택하게 되었나요? 원래 원하셨던 직무인가요?

저는 디자인이 아닌 순수미술을 전공했습니다. 처음에는 평면에만 국한되어 있던 관심이 전시를 기획해보면서 점차 공간으로 옮겨갔습니다. 그러던 중 평소 존경하던 설치미술가가 에르메스 VMD와 협업하여 윈도우 디스플레이 작업을 진행한 얘기를 듣게 되었고 VMD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막상 인턴 경험을 해 보니 스케일이 큰 해외브랜드와의 작업보다는 모든 것을 직접 디자인하는 국내 브랜드 VMD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본인의 직무에서 가장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감각입니다. VMD 의 업무는 논리적이나 수치적으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템 한벌로 탄생 가능한 착장과 디스플레이는 무수한데 그 중에서 단 하나를 골라내야 한다는 점이 저에게는 가장 어려웠습니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유행을 만들어 내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하는데, 감각이 없으면 어떤 것이 새로운 것이고 어떤 것이 이상한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힘듭니다.

본인의 직무를 희망하는 취준생 등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VMD는 디자이너 못지않게 상품을 더 잘 파악하고 좋아 보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좋아 보이는' 방향이 브랜드의 취향과, 그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취향과도 잘 맞아야겠죠.

그렇기 때문에 VMD는 브랜드의 정체성, 트렌드 파악은 물론, 평소 감각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각적 공부가 필요합니다. 전시, 소품 샵, 핫플레이스, 팝업스토어 등을 가리지 않고 멋지고 좋아 보이는 것들을 찾아 다녔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나의 취향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누구보다 감각적인 것을 뽑아 낼 수 있도록 자신의 취향을 발전시키면 좋겠습니다. 

본인의 현재 직무가 미래에는 어떻게 변화될꺼라 보세요? 그렇게 보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한섬은 온, 오프라인 동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직접 접촉하지 않는 소비가 일반화되면 오프라인 매장은 개수가 줄어들고 쇼룸의 형태로 존재할 것 같아요. 매장관리 업무는 줄겠지만 그 대신 온라인, 모바일을 통한 다양한 비주얼 마케팅을 펼치는 업무를 맡게 될 것 같습니다.

온라인 룩북과 가상 매장을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각 고객의 쇼핑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스타일링을 제공하는 등입니다. 변화의 선상에서 작년부터 VMD 전용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개설하여 고객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매월 반응이 좋은 아이템을 선정해 스타일링하여 고객 스마트폰으로 발송, 온라인 스토어와 매장 유입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들이 다양한 감각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쇼룸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VMD는 점점 더 전시, 공간 기획자와 비슷한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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