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의 한 스마트팜에서 AI 로봇이 잘 익은 딸기를 정확히 식별해 따고 있다. 메타파머스가 개발한 로봇 그리퍼는 사람 손을 대신해 1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작업하며, 현재 인력 2명을 대체하고 있다. 농업이라는 전통 산업에서 벌어지는 혁신적 변화는 우리 산업 전반이 맞이하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메타파머스는 2022년 서울대 기계공학부 연구실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으로, 관악구가 조성한 벤처창업 생태계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관악S밸리는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추진한 벤처창업도시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서울대가 보유한 인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학-기업-지역이 상생하는 창업중심지를 만드는 구상이다. 메타파머스는 캠퍼스타운 창업히어로 공간을 시중 임대료의 10분의 1 가격으로 이용하며, 투자자 매칭과 CES 참가 지원 등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지능형 자동화 시스템이 더 이상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 인천 송도의 로봇 시스템 기업 브릴스가 화물을 팔레트에 적재하는 팔레타이징 로봇의 가격을 1억 원에서 6000만 원대로 낮춘 것처럼, 기술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합리적 비용으로 로봇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한국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적 도약이 가능해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로봇 기술이 창출하는 안전성과 생산성의 동시 향상이다. 하루 5000개의 20킬로그램 화물을 옮기는 작업에서 직원들이 2-3개월 내 산업재해를 신청하거나 그만두는 상황이 반복되던 현장이 로봇 도입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면서 생산량을 25% 증가시키는 효과를 동시에 얻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인간 중심의 지속가능한 작업 환경 구축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성과다.

농업 분야에서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후변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위기에 직면한 1차 산업에서 로봇 기술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 새벽과 저녁 두 번의 수작업이 하루 16시간 자동화 작업으로 전환되면서 농업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메타파머스의 경우 2028년까지 로봇 1대가 최대 6명의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고령화로 인한 농촌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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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중심의 로봇 생태계 구축

한국 경제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로봇 도입은 국가 전체 생산성 향상의 핵심 열쇠다. 전국 800만 개 중소기업 중 40만 개의 제조업체가 로봇을 하나씩만 도입해도 연간 40만 대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 현재 국내 연간 로봇 소비량이 5-7만 대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8배 더 큰 시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기술의 모듈화와 표준화다. 브릴스처럼 로봇과 소프트웨어의 16가지 요소 기술을 조합해 고객 맞춤형 자동화 모듈을 제공하는 시스템통합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중소기업들도 부담 없이 로봇 기술을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 식품, 전자, 농수산업 등 각 분야의 특성에 맞는 솔루션을 선택할 수 있어 투자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안전성 측면에서 로봇 도입의 긍정적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무거운 화물 운반, 반복적인 중량 작업, 유해 환경에서의 작업 등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위험 작업들을 로봇이 대신하면서 산업재해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기업의 안전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생산성 향상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4시간 연속 가동이 가능한 로봇들은 기존 2교대, 3교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연속 생산 체제를 가능하게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불량률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중국 BYD 공장의 87% 자동화 시스템이 0% 불량률을 달성한 사례처럼, 정밀한 작업 수행은 원자재 낭비를 줄이고 전체적인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정부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의 중요성

중소기업들의 로봇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정부 지원 사업이 수요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실제 로봇이 현장에 적용되려면 시스템통합 기업들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SI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관악S밸리 모델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창업 지원이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로 지정된 관악S밸리는 현재 서울시로부터 특정개발진흥지구 대상지로 선정되어 추가 인프라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낙성대공원 7만3000㎡ 부지에 벤처창업 거점 공간과 기숙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어서, 향후 더 많은 로봇 기술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들이 정부 지원 사업에 접근할 때의 행정적 부담을 줄이는 개선도 시급하다. 복잡한 서류 준비 과정이 실질적인 진입 장벽이 되고 있는 현실을 해결해야 한다. 온라인 신청 시스템 구축, 서류 간소화, 원스톱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부담 없이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로봇 도입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금융 지원도 필요하다.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리스 제도나 분할 결제 시스템, 로봇 도입 효과가 입증된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로봇 기술이 대기업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까지 널리 확산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로봇 혁신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실현의 조화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 환경을 만들면서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메타파머스의 이규화 대표가 강조했듯이 "기술이 단순한 수익을 넘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관악S밸리에서 시작된 메타파머스가 2025 에디슨 어워즈 금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기술력을 인정받은 사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명확히 보여준다. 지역의 체계적인 지원과 기업의 혁신 의지가 만나 세계적인 성과를 낸 모델이다. 전국 800만 중소기업이 모두 로봇과 함께하는 그날까지, 우리는 기술의 민주화를 통해 더 안전하고 생산적이며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필자소개 ]

심준규. 경영학박사.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 ESG로 성과내는 사람들>,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