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정년연장이 현실화되고 있다. 새정부 출범이후 정부와 국회에서는 적극 추진하고 있고, 이제 법제화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인건비 부담은 늘어나는데 어떻게 버티나"라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정년연장을 단순한 부담이 아닌 경영 혁신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면 말이다. 핵심은 기존 고용 방식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효율적인 인력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20년간 중소기업 경영 현장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성공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라는 점이다. 정년연장도 마찬가지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기업은 도태되고,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전통적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야 생존한다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건 '사무실에서 8시간 근무를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는 산업화 시대의 유물이다. 정년연장으로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려면 근무 방식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여전히 '출근 시간 체크, 점심시간 관리, 퇴근 시간 확인'에 매달려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고령화 시대를 버틸 수 없다.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
핵심은 시간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요한 시점에 맡긴 업무를 검토하고 피드백을 주는 형태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매일 출근해서 8시간을 채우는 것보다 프로젝트 단위로 명확한 결과물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핵심 시점마다 점검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 담당자라면, 매일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것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월말까지 신규 고객 10명 확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주 단위로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언제 어디서 일하든 상관없이 결과만 확실히 달성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전환하면 정년연장으로 늘어나는 고령 직원들도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일할 수 있다. 체력적으로 매일 출근이 부담스러운 60대 직원이라도, 집에서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주요 회의나 고객 미팅에만 참석하는 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회계, 급여, 마케팅 등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는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하자. 정규직 1명을 고용하는 비용으로 여러 전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퇴직금이나 복리후생비 부담도 없다. 프리랜서 네트워크를 구축해 프로젝트별로 계약하는 방식도 경제적이다.
경력 있는 외부 관리자로 젊은 인력 효율성 극대화
최근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방식이 있다. 젊은 세대를 고용하되, 이들을 관리할 경력 있는 외부 관리자를 아웃소싱 형태로 활용하는 것이다. 주 2회 정도 출근하거나 재택근무를 병행하면서 젊은 직원들의 업무를 지도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런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젊은 세대들은 AI 활용 능력과 디지털 감각은 뛰어나지만, 업무 경험과 조직 관리 노하우는 부족하다. 반면 대기업에서 퇴직한 임원급 인력들은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정규직으로 재고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최근 한 중견 IT 서비스 회사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20-30대 개발자들을 고용하고 있었는데, 프로젝트 관리와 고객 응대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했다. 젊은 개발자들은 기술력은 뛰어났지만 고객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견기업에서 프로젝트 관리 경험이 풍부한 퇴직자를 주 3회 출근하는 조건으로 영입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 완성도가 눈에 띄게 향상됐고, 고객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다.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면서도 더 좋은 성과를 낸 것이다.
이 방식의 핵심은 '전문성의 효율적 활용'이다. 경력 있는 관리자가 주 2회 출근해 젊은 직원들의 기획서 검토, 업무 방향 설정, 고객 미팅 동행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한다. 나머지는 재택으로 상시 소통하며 관리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경력 있는 외부 관리자가 있으면 젊은 직원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스타트업이나 콘텐츠 제작 회사들에서 이런 방식을 도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AI 활용과 업무 메뉴얼화로 생산성 혁신
젊은 세대들의 AI 활용 능력은 기존 임원급의 경험 격차를 상당 부분 메울 수 있다. ChatGPT, 클로드 등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기획서 작성, 보고서 정리, 고객 제안서 제작 등에서 놀라운 효율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AI가 만든 결과물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경험 있는 관리자의 검토와 피드백이다.
최근 한 중견 제조업체의 사례를 보면, 젊은 직원이 AI로 작성한 고객 제안서가 기술적으로는 완벽했지만 해당 고객사의 특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해 계약이 무산될 뻔했다. 다행히 외부 영업 컨설턴트가 제안서를 검토하면서 고객사의 내부 사정을 반영해 수정함으로써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AI 활용 능력과 베테랑의 현장 경험이 결합되면 1+1이 3이 되는 시너지가 발생한다. 젊은 직원이 AI로 초안을 빠르게 만들고, 경력 있는 관리자가 검토해서 현실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동시에 업무 메뉴얼화도 필수다. 최근 젊은 세대들의 빠른 이직과 회전율을 고려할 때, 업무 노하우를 개인이 아닌 회사의 자산으로 축적해야 한다. 일하는 방식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하고, 신입사원이 와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 응대 매뉴얼, 프로젝트 진행 체크리스트, 품질 관리 기준 등을 명문화해두면 직원이 바뀌어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메뉴얼 작성에도 외부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양한 회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회사에 맞는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 마인드셋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정년연장 시대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가려면 경영자의 마인드셋부터 바뀌어야 한다. '직원을 관리한다'는 생각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경직된 조직 구조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 정규직 중심의 수직적 조직보다는 프로젝트 단위의 유연한 네트워크 조직이 더 효과적이다. 필요에 따라 내부 인력과 외부 전문가를 조합해서 최적의 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또한 성과 측정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근무 시간이나 출근일수가 아니라 실제 성과와 기여도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나이나 근무 형태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인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년연장은 단순히 고용 기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조직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기회다. 경직된 고용 형태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효율적인 인력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기업만이 정년연장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 정년연장은 법으로 정해질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경영자의 몫이다. 지금이야말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 필자소개 ]
심준규. 경영학박사.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 ESG로 성과내는 사람들>,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