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재활용 분리수거 선진국이다. 매주 정해진 요일에 투명 페트병, 종이류, 캔류를 꼼꼼히 분리해 내놓는 모습은 이제 우리 일상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 역시 많은 시민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런데 최근 스타벅스가 7년 만에 플라스틱 빨대를 재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종이 빨대 사용을 장려하다가 규제를 유보하고,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예고했다가 또다시 연기하는 등 일관성 없는 정책 행보가 반복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예고했다가 무기한 연장하고, 종이컵 사용 금지도 철회하는 모습은 재활용 정책의 성공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 정책의 변화를 수동적으로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재활용 정책처럼 성공한 모델의 핵심 요소를 파악해 자체적인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재활용 성공의 DNA를 기업 경영에 이식해야 한다.


재활용 성공의 3가지 핵심 요소 - 기업이 벤치마킹해야 할 변화관리 원칙

우리나라 재활용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요소는 세 가지다.

첫째, 명확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었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었고,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수거되지 않는다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었다. 기업 조직으로 치면 명확한 KPI 설정과 즉각적인 성과 평가 시스템과 같다.

둘째,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이었다. 한번 시작된 분리수거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세밀하게 발전했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전략을 자주 바꾸는 조직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셋째, 국민적 공감대와 내재화였다. 쓰레기 대란을 겪으면서 폐기물 처리의 심각성을 직접 경험했고, 분리수거가 자원의 재활용으로 이어진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직 구성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내재화하고 자발적으로 실천하게 만든 것이다.

이 세 가지 요소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직원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장기적 관점에서의 일관된 추진, 그리고 전 조직의 공감대 형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재활용 정책이 '규제'에서 '문화'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법적 의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책임의식과 환경 의식이 결합되어 자발적 실천으로 발전했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도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조직 문화로 자리 잡아야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경영을 도입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외부 평가나 투자자들의 압박에 의해 급하게 도입한 정책들은 조직 내부의 공감대 없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재활용 정책의 성공 경험이 보여주듯, 진정한 변화는 조직 구성원들이 그 필요성을 내재화하고 자발적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정책 의존형 경영의 위험성 - 스타벅스 사례가 주는 경고

스타벅스의 플라스틱 빨대 재도입 사례는 정책 의존형 경영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8년 '단 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약속'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종이 빨대를 전면 도입했던 스타벅스가, 정부 규제가 유보되자마자 즉시 플라스틱 빨대로 회귀한 것이다. 이는 진정한 신념에 의한 변화가 아니라 외부 압력에 의한 수동적 대응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행보는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한 종이 빨대 생산업체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주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 정책이 이렇게 번복된다면 어느 기업이 정부를 믿고 투자하겠느냐"고 토로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정책 혼선이 기업의 친환경 경영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외부 환경 변화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략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정부 정책이나 규제 변화에만 의존해서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반면,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각국 정부의 규제 수준을 뛰어넘는 자체적인 환경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된 친환경 경영을 추진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제적 지속가능경영의 개념이다. 정부 정책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더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진정한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규제 여부와 상관없이 자체적인 환경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접근법의 핵심은 내재적 동기 기반의 경영이다. 외부 압력이나 규제 준수를 위한 수동적 접근이 아니라, 기업의 핵심 가치와 비전에 환경경영이 자연스럽게 통합되어야 한다. 재활용이 우리 사회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처럼, 지속가능경영도 기업 문화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과학적 근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 - 종이 빨대 논란이 주는 교훈

종이 빨대 논란은 또 다른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바로 과학적 근거의 중요성이다. 미국 환경보호국은 종이 빨대의 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의 5.5배에 달한다고 발표했고, 우리나라 환경부 용역보고서에서도 종이 빨대가 오히려 환경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환경을 보호하려던 정책이 실제로는 환경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기업 경영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친환경 경영을 추진할 때 감성적 접근이나 이미지 관리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하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환경 친화적인 활동을 하지만, 실제로는 전체적인 환경 부담을 증가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그린워싱'을 피하려면, 전과정평가(LCA) 같은 과학적 도구를 활용해 실제 환경 영향을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의 구축이다. 모든 환경 정책과 활동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적인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정기적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혼란 상황은 오히려 진정한 혁신의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틈을 타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플라스틱도 종이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거나, 아예 빨대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용기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그 예다.

이런 기업들은 단순히 규제를 준수하는 수동적인 자세를 넘어, 시장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정책 혼선이 만들어낸 시장의 공백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다.

재활용 성공 DNA의 기업 적용 방안

그렇다면 재활용 성공의 DNA를 기업에서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해보자.

첫째, 명확하고 측정 가능한 환경 목표 설정이다. 재활용 정책처럼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50% 감축',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80% 달성' 같은 명확한 목표와 함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장기적 관점의 일관된 전략 추진이다. 재활용 정책이 30년 넘게 지속되며 발전해온 것처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한다. 단기적인 비용 부담이나 어려움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전 조직의 공감대 형성과 문화 정착이다. 재활용이 국민 문화로 자리 잡은 것처럼, 지속가능경영도 기업 문화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진부터 현장 직원까지 모든 구성원이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내재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다. 종이 빨대 논란에서 배운 것처럼, 감성이나 이미지가 아닌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전과정평가(LCA), 탄소발자국 측정, 사회적 영향 평가 등 과학적 도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혁신을 통한 근본적 해결책 모색이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여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 정책 혼선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

재활용 분리수거가 보여준 성공의 핵심은 '강제'가 아닌 '자발적 참여'였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도 마찬가지다. 외부 압력에 의한 수동적 대응이 아니라, 내재적 동기에 의한 능동적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 정책의 오락가락함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 더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재활용 성공의 DNA를 기업에 이식할 때, 비로소 진정한 지속가능경영이 가능해진다.

[ 필자소개 ]

심준규. 경영학박사.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 ESG로 성과내는 사람들>,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