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nysian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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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1 00:00 | 최종 수정 2138.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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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필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주>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3개의 신규 항공사에 항공운송면허를 발급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수년간 지속적인 신규 설립 움직임과 당국의 반려가 거듭된 끝에 결국 기존 입장이 번복된 것이다.
신규 인허가와 관련한 다양한 배경이 제시되었다. 항공운송수요 증가 기조 하에 소비자 선택권 확대, 지역경기 활성화, 여러 가지 명분이 등장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특히 한가지 이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그것이다.
신규 항공사 설립 필요성을 주장해온 이들 중 일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가 ‘독식’해온 국내 항공운송업계 구조가 궁극적으로 양대 항공사의 방만한 경영과 시장질서 교란을 초래했다고 본다. 최근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질 및 각종 위법행위 논란이 확산되면서 그러한 주장은 더욱 힘을 받게 되었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과거 대비 공정성, 형평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러한 논지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돈도 실력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사회적인 공분을 일으킨 어느 몰지각한 유력자 자제의 글이 공개된 이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그런데 왠지 그런 대의명분과 이번의 신규 항공사 선정과의 연결고리는 뭔가 허술해 보인다. 이미 여러 지면을 통해 언급이 되었듯 우리나라의 항공사 수가 시장규모 대비 적은 수준이 아니고 인천국제공항에 취항하는 외국계 항공사 또한 성장일로에 있어 경쟁강도가 결코 약하다고 볼 수는 없다.
대기업 오너의 위법행위, 불공정관행 등이 문제가 된다면 그에 응당하는 법적/행정적 조치가 필요한 것이지 경쟁활성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정부의 실패’에 대해 ‘시장의 실패’에 대응하는 방식을 적용한다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다수의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대기업의 전횡에 대항하는 ‘메기’ 노릇을 하게 한다는 취지도 쉽게 와 닿지는 않는다. 1988년 제 2민항을 선정할 때도, 1990년 신규 민영방송을 선정할 때도, 대기업 사업자를 배제하고 중견기업 지정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는 분명히 제시되었다.
그러나 그런 취지가 제대로 충족되었는지는 단언하기 힘들다. 오히려 범삼성계열의 JTBC가 가장 신뢰도 높은 언론사로 선정되고 하는 것을 보면(지금은 다소 퇴색했지만) 결국 대기업/중견기업 여부보다는 최고경영자의 철학과 의지가 더 중요한 인자인 듯 하다.
오히려 ‘공정성’을 내세운 신규 사업자 선정의 이면에는, 철저히 정치적 고려를 통해 건설된 지방공항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역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항공사를 출범시키려는 유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지역균형개발이라는 허울까지 부가되면 그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운 명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과거 면세점 사업자의 대규모 신규 선정, 사업 환경 변동과 경쟁 심화에 따른 시장질서의 교란을 이미 목격한 바 있다. 사업역량이 미진한 사업자의 대거 참여로 인해 롯데, 신라 양대 기업 위주의 시장구조가 개선되기보다는 해외 명품업체에 대한 협상력 약화, 해외 브로커에 대한 송객수수료 증가 등으로 국부 유출이 심화되기만 했다.
단순히 상품 판매가 이루어지는 면세점 사업과 달리, 탑승객의 안전이 걸려있는 항공운송사업은 또 다른 얘기이다. 면세점처럼 한때 성장세를 구가한다고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어 모두가 공멸하는 상황이 된다면, 면세점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국토교통부가 과거 계속해서 신규 사업자 신청을 반려한 주요 근거는 경쟁 심화로 인한 조종사, 엔지니어 등 인력 확보 곤란, 그로 인한 항공운항 안전상의 이슈가 가장 큰 부분이었다. 이번 신규 선정 시에는 해당 요소가 배제됨에 따라 사업자 역량, 사업모델 등 신청사항의 특별한 변동 없이 최종 결정이 이루어졌다. 과연 과거 지속해 온 기준을 번복할 만큼 공정성과 관련된 명분이 중요했는지 그 절차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재고찰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글ㅣDionysian, 칼럼니스트
<필자 소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환위기 이후 다수의 구조조정 업무에 관여했다. 현재는 기업 건전성 평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유수의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접하고 결국 본인이 속한 조직 또한 구조조정에 직면하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현대 자본주의와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에 대해 다각적으로 성찰할 필요를 절감했다. 오래전 접었던 언론인의 꿈을 다시 들춰내 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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