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리더스토리는 '갤러리SP' 이은숙 대표입니다. 이은숙 대표는 한국 최초로 판화공방을 오픈하고 역량있는 작가들을 발굴, 육성하였으며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전시 및 아트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 작가 전시 및 해외 아트페어를 통해 국제 교류의 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현재 직장과 직무를 말씀 주세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고 구체적으로 담당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현재 저는 갤러리SP 대표직을 맡고 있습니다. 사업자 상에는 ‘갤러리SP 판화공방’으로 되어있어요.. 이유는 1989년 우리나라 최초의 판화 공방을 오픈했는데 공방의 역할은 한국 판화 작가들의 작품을 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일종의 용역대행으로 작가들이 판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기반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젊은 작가들의 경우 비용 지불이 어려워서 대신 작품을 받고 서로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전국 화랑들을 대상으로 홀세일을 했습니다.
그때 당시의 화랑들은 굉장히 영세했습니다. 주로 작품의 중계 역할을 했고 작가에 대한 지원이나 투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제가 직접 화랑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주변의 만류로 잠시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미국에 있을 때 용기를 내서 가지고 온 작품들로 작은 공간을 활용하여 전시회를 시도했습니다. 설마 사람들이 올까 의구심도 들었지만 실제 방문객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유펜 주변 미술관과 뉴욕 소호 전시장들을 자주 다니며 공부하면서 예술 작품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고 귀국해서 서울에 화랑을 오픈했습니다.
본인의 주된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본인의 핵심역량 )
화랑을 운영하는 일은 지출이 많아 지속적인 수익구조를 창출하지 못하면 결국 문을 닫게 되어있습니다. 한국은 작품을 찾는 고객층이 얇고 좁아서 지인을 활용하는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한계가 따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이익 창출 모델들을 개발해야 하는데 저는 우리나라 최초로 모델하우스에 작품을 대여하는 일도 했고, 유명 호텔 조형물 공고가 나면 적극적으로 진행하여 큰 성과를 냈습니다.
대외적인 활동도 중요하지만 화랑은 무엇보다 컨텐츠가 생명입니다. 작가들과의 네트워크는 기본이고 성장 가능성 있는 작가를 발굴하는 노력과 안목을 지녀야 하고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도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반은 한순간이 아닌 공방을 하면서 다져졌고 지금도 판화 작품 수 만장을 보유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들어옵니다.
화랑은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인테리어도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정리 정돈이 기본입니다. 특히 재고관리가 중요합니다. 재고 관리는 각 작품들을 분류하고 수치화하는 작업인데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판화를 예로 들자면 동판화, 석판화, 실크스크린 등의 세부 분류를 위한 구분이 필요하며 작품의 산(酸) 함량에 따른 부식 기간을 계산하여 보전 기간을 산출해야 합니다. 이러한 데이터에 기반한 관리는 저희 화랑의 또 하나의 경쟁력입니다.
트렌드를 읽는 능력과 데이터에 기반한 작품 관리, 자체 보유 컨텐츠, 수익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저희 화랑과 저의 역량입니다.
화랑은 진정한 예술 경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업무 중에 직면한 기억 남는 문제점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 했나요. 그리고 결과는 어떠했나요?
화랑에서 중요한 부분은 고객과 작가입니다. 오랫동안 함께 전속으로 일했던 작가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을 때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초기에는 배신감에 괴로웠지만 지금은 그들의 성장과 업계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보다 인간관계에서 성숙해 졌다고 할 수 있겠죠. (하하하)
그리고 고객과의 문제도 기억에 남습니다. 고객들이 종종 작품을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요. 가령 100만원에 작품을 샀는데 마음에 드는 120만원 상당의 새로운 작품을 20만원만 더 주고 기존 작품은 반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종의 작품을 투자상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인데 예술작품을 통해서 금전적인 부가가치를 꾀하는 고객들도 상당부분 있기에 서로 합리적인 조율이 필요합니다.
비트코인 혹은 NFT 등의 사회적인 영향도 있듯이 작품은 돈이 되었습니다. 물론 순수하게 작품이 좋아서 구매하시는 고객들도 있지만 소장 가치 및 매매 가치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예술 작품의 향유와 금전적 가치라는 양자의 조율 및 고객과 작가를 연결하는 일은 지금도 어렵습니다.
직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방법은 ( 슬기로운 직장생활이란 ? )
일단 본인이 좋아해야 합니다. 겉에서 보면 우아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우리의 업무는 몸을 많이 씁니다. 전시장에서 못질도 해야 하고 작품을 운반하고 포장하고 손이 쉴 틈이 없습니다. 체력적인 부분도 뒷받침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해외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외국인 고객을 응대할 때도 있기에 외국어도 잘 해야 합니다. 솔직히 작품에 대한 안목은 본인이 관심만 있다면 충분히 키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저는 거꾸로 젊은 직원들을 통해서 트랜드를 배우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미래에 본인의 직무는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예측하시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존 방식으로만 화랑을 운영하면 점차적으로 존재 가치가 작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직거래도 많이 하고 온라인으로도 예술작품 구매가 가능한 시대에서 기존의 방식만을 고수하면 존속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저희 업계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가령 화랑과 커피를 융합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만들어서 작가와 고객을 연결합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과도기에 있는 듯 합니다. 복합문화공간은 작품보다는 커피와 경험만을 즐기는 고객이 많고 온라인 플랫폼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화랑은 단순 전시, 매매의 장이 아닌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능력 있는 젊은 작가들의 정신적, 물질적 기반이 되어주는 일은 지속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가 주를 이루는 신용이 중요한 비즈니스이기에 고객의 특성에 맞는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미술품을 감상의 대상이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적으로 변화되기를 희망합니다. 투자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가치로 여기고 예술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고객들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 갤러리SP 소개 ]
갤러리SP는 1989년 세워진 '서울판화공방 Seoul Print' 에서 시작하여, 청담동과 가로수길을 거쳐 현재는 남산 하얏트 호텔 근처로 이전하였습니다. 그동안 서울판화공방의 활동을 통해 역량 있는 판화 작가들의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해 왔으며, 2000년대 이후 평면회화 작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입체 작업과 공예, 디자인 분야 전체를 아우르며 전시 및 다양한 아트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시대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유카 야마모토, 에바 알머슨 등의 해외 작가 전시를 통해 여러 나라의 아티스트들과도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오고 있으며, 싱가포르 아트 스테이지, 시카고 SOFA 아트페어, 마이애미 아트페어 등 주요한 해외 아트페어의 참가로 한국작가들의 활동 범위도 넓히고 있습니다.
연계 공간인 ‘의외의조합’ 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다양한 컨템포러리 전시를 기획하며 갤러리에스피의 대안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예 파트를 전시의 어법을 통해 해석하고, 참신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작품 소장의 접근성을 넓히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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