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상권 지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한때 젊음의 대명사였던 가로수길과 홍대앞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사이, 을지로와 성수동이 MZ세대의 새로운 성지로 떠올랐다. 낡은 공장과 인쇄소가 즐비했던 을지로에는 빈티지 감성의 펍과 갤러리가 들어섰고, 산업단지였던 성수동은 독창적인 카페와 편집숍들로 가득 찬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단순한 상권 변화를 넘어서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의 등장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똑같은 '낡은 공간'이지만 세대별로 전혀 다른 가치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성세대에게 오래된 건물은 '재개발이 필요한 낙후된 공간'이지만, MZ세대에게는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캔버스'가 된다. 바로 여기서 뉴트로(New-tro)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했다. 뉴트로는 과거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New + Retro'의 합성어로,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레트로(Retro)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소비 욕구를 충족시킨다. 세대별로 동일한 제품과 공간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완전히 다르다는 Jobs-to-be-Done 이론의 핵심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세대별 소비 동기의 근본적 차이점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센 교수가 제시한 Jobs-to-be-Done(JTBD) 이론에 따르면, 고객은 제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일(Job)'을 해결하기 위해 제품을 '고용'한다. 베이비부머와 X세대에게 레트로는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는 일'을 담당한다. 청춘시절 즐겨 듣던 음악, 입었던 패션을 통해 감정적 위안과 정체성 확인이라는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과거에 대한 직접적 경험과 그리움이 소비 행동의 원동력이 된다.

반면 MZ세대에게 뉴트로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일'을 수행한다. 과거의 형태를 빌려오되, 현재의 기술과 가치관으로 재창조된 새로운 경험을 통해 개성과 창의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필름카메라를 예로 들면, 기성세대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재현하는 도구'라는 감정적 의미를 갖지만, MZ세대에게는 '인스타그램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도구'라는 기능적 가치를 제공한다.

성수동 카페들도 마찬가지다. 기성 세대 관점에서는 '불편하고 낡은 공간'이지만, MZ세대에게는 '내가 발견하고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동일한 공간과 제품이라도 세대별로 전혀 다른 차원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기업들은 다층적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야 성공할 수 있다.

조직 내 세대 간 갈등의 숨겨진 원인

조직 내에서도 업무에 대한 세대별 접근 방식이 충돌하면서 예상치 못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한 IT 기업에서 실제 벌어진 사례를 보자. 신규 서비스 기획 회의에서 40대 부장은 "검증된 레퍼런스를 참고해서 안정적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20대 팀원은 "아무도 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차별화하자"고 맞섰다. 표면적으로는 업무 방식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목적 의식을 추구하기 때문이었다.

부장에게 업무는 '조직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수단'이었고, 팀원에게는 '개인의 창의성과 성장을 증명하는 기회'였다. 두 세대 모두 회사 발전을 원한다는 공통 목표가 있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세대의 동기를 인정하고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해결책은 '듀얼 트랙 전략'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세대에게는 '혁신 실험의 리스크 관리자' 역할을, 혁신을 추구하는 세대에게는 '창의적 솔루션 개발자' 역할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각자의 강점과 동기를 충족시키면서도 조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실제로 방법을 도입한 기업들은 세대 간 갈등이 줄어들고 프로젝트 성공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고하고 있다.

<ChatGPT 생성이미지>

세대별 맞춤 전략의 실제 적용

B2B 환경에서 거래 상대방의 세대적 특성을 고려한 접근은 비즈니스 성과에 직결된다. 한 디지털 마케팅 회사의 사례를 보면, 같은 마케팅 솔루션이라도 고객사의 세대적 성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제안했다. 전통 제조업체에게는 '검증된 마케팅 ROI 확보'라는 기능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데이터와 레퍼런스 중심으로 제안했고, 스타트업에게는 '브랜드 차별화를 통한 시장 포지셔닝'이라는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여 창의적 캠페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ESG 컨설팅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성 기업들에게는 ESG를 '지속가능한 생존과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접근하여 규제 대응과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한다. 반면 젊은 기업들에게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한 브랜드 차별화 기회'로 포지셔닝하여 ESG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제시한다. 같은 ESG 서비스라도 고객의 세대적 특성에 맞는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제안을 할 때 계약 성사율이 현저히 높아진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하이브리드형'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창업한 지 10년 된 기업의 40대 CEO는 기성세대의 안정성 추구와 젊은 세대의 혁신 추구를 모두 원한다. 고객들에게는 '검증된 혁신'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며, 뉴트로 트렌드와 정확히 일치하는 현상이다.

세대 통합형 조직 혁신 로드맵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세대별 차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조직 운영에 반영하는 구체적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 먼저 '세대별 욕구 매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고객과 직원을 세대별로 분류하고, 각 세대가 제품·서비스·업무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기능적·감정적·사회적 욕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같은 솔루션이라도 세대별로 다른 가치 제안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조직 구조 측면에서는 '세대별 대변인' 제도를 도입하는 게 효과적이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직원들이 해당 세대의 관점을 분석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방식이다. 또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서는 '듀얼 페르소나'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기성세대용 고객상과 젊은 세대용 고객상을 각각 설정하고, 각각의 니즈에 맞는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하는 전략이다.

성과 측정에서도 기존의 일률적 지표를 넘어서 세대별 만족도와 욕구 충족도를 별도로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어떤 세대의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결국 을지로와 성수동의 변신이 보여주듯이, 진정한 혁신은 과거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의 욕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데서 나온다. 뉴트로 트렌드는 단순한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시대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다. 세대별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필자소개 ]

심준규. 경영학박사.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 ESG로 성과내는 사람들>,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