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1897-1963)은 일제강점기 한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1918년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에 참여했으며 귀국 후 동아일보 기자가 되었다. 그는 1921년 <개벽>에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로 평가받는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삼대>, <만세전> 등 한국 근대 문학의 걸작들을 남겼다.
염상섭은 집안은 부유했지만 어릴 때부터 조국의 상황을 암담하게 인식했으며, 그 절망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문학이라고 여겼다. 1912년(16세)에는 일본으로 유학하여 교토 부립 다이지(第二) 중학교를 졸업한 후 1917년(21세)에 게이오 대학 문과에 입학하는데, 이 때 몇몇 일본 정치가들에게 <조선 독립 선언문>을 써 보내기도 했다.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1921년 잡지 《개벽》에 발표된 그의 처녀작이자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로, 3.1운동 이후 일제 강점기의 우울한 시대 상황과 지식인들의 패배주의, 침체된 심리를 묘사한 작품이다.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받아 러시아적 침통함과 우울을 담고 있으며, 1인칭 관찰자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이 혼합된 액자식 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정서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고뇌나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에 담긴 애절한 선율, 그리고 레핀의 그림에 나타난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 등에서 잘 드러난다. 이는 단순한 우울증과는 달리,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와 인간성을 깊이 탐구하는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깊이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단순한 개구리가 아니라,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현실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고 표본처럼 무력하게 해부(파멸)되는 지식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나'와 김창억 모두 그 시대의 고통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파멸해가는 청개구리와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염상섭은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격동의 한국사를 관통하며 약 20편의 장편소설과 150여 편의 단편소설을 남겼다. 그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내면과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하며, 한국 문학이 현실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비판하는 토대를 마련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